클렁떠이 : 20년의 기억
Life Stories of Klong Toey
글·사진 김윤기 | 사진작가·다큐멘터리스트, 방콕 거주
클렁떠이는 흔히 오해받는다.
많은 이들에게 이곳은 빈곤과 위험, 혹은 실패의 상징인 '슬럼'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클렁떠이는 그 이상의 공간이다. 어린이와 노동자, 노인과 가족들이 외부인의 눈에는 쉬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이고 살아있는 삶의 공동체다.
좁은 공간과 공동의 고난, 그리고 생존을 통해 형성된 깊고 무언(無言)의 유대감이 이곳에 흐른다. 참호 속의 전우처럼, 그들은 언제나 웃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곁을 지킨다. 서로가 겪어온 것을 알고 있으며, 서로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쉽게 움츠러들지 않는다.
클렁떠이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목격해 왔지만, 이를 묵묵히 견뎌낸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얼어붙지 않고 즉각 행동한다. 이곳의 강인함은 요란하지 않다. 모든 것을 겪어낸 뒤에도 삶을 지속하는 방식 그 자체에 강인함이 녹아 있다.
"당신이 모든 것을 가져갈지라도, 나의 기쁨만은 앗아갈 수 없다."
다 전하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이 이곳에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웃고, 아이를 키우고, 음식을 만들고, 골목길을 쓸어낸다. 안락한 곳에 사는 이들이 어느새 잊고 지내는 일종의 존엄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의 웃음은 무지가 아니라 저항이다. 그것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모든 것을 가져갈지라도, 나의 기쁨만은 앗아갈 수 없다."
나는 연민을 구하거나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동료 시민이자 이웃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20년간 이 공동체를 기록해 왔다.
작업에는 필름만을 사용한다. 한 대의 카메라와 하나의 렌즈로만 촬영하며,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 오직 그 순간이 기억되기를 요청할 때만 셔터를 누른다.
이번 전시는 기록자인 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것이다. 사진들 또한 나만의 것이 아닌,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아카이브와 전시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클롱떠이는 무너지지 않았다.
살아있다.
그곳을 걷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들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김윤기 작가의 사진전 〈클렁떠이 : 20년의 기억〉은 지난 3월 3일부터 3월 15일까지 방콕 예술문화센터(BACC)에서 개최되었다. 현재는 그가 손수 구축한 웹사이트에서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klongtoey.photos/index.html
김윤기 Yoonki Kim
1955년 서울 출생. 1994년 태국으로 이주. 2006년부터 클렁떠이 커뮤니티를 주간 단위로 방문하며 흑백 필름으로 기록해 왔다. 모든 작업은 단일 카메라와 단일 렌즈로 진행하며, 촬영한 사진을 인화해 현지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고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