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3,895명이 1,520석을 두고 몰렸다 태국‘뜨리암 우돔 시험’이 말해주는 것
명문고 입시 열풍인가, 상위권 교육 불안의 집결인가
지난 7일 논타부리 무앙텅타니 임팩트 챌린저홀에서는 태국 최고 명문 공립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뜨리암 우돔(โรงเรียนเตรียมอุดมศึกษา) 2026학년도 고교 1학년(M.4 마타욤4 : 한국의 고1) 입학시험이 치러졌다. 올해 지원자는 전국 각지에서 몰린 1만 3,895명, 학교가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은 1,520명뿐이었다. 경쟁률은 9.14대 1. 특히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이과 계열인 과학-수학 트랙에는 1,000명 모집에 1만 220명이 지원했고, 한국어 트랙 역시 40명 모집에 250명이 지원했다. 태국 언론은 올해 지원 규모가 최근 18년 사이 최고치라고 전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인기 학교 입시’ 그 이상이다. 뜨리암 우돔은 1938년 본래 쭐라롱껀대학 진학을 준비시키기 위한 예비학교로 출발했고, 1938~1946년에는 쭐라롱껀대학 진학 희망자가 먼저 이 학교를 거쳐야 할 정도로 상징성이 강했다. 지금은 방콕 중심부의 대표 공립 상급중등학교로 자리 잡았으며, 2026학년도 선발도 일반시험 1,110명, 지방쿼터 306명, 올림피아드 쿼터 35명, 특기·조건부 전형 69명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즉, 이 시험은 한 학교의 선발시험이면서 동시에 태국 상위권 교육 체계의 ‘관문’처럼 기능한다.
왜 이렇게까지 학생들이 몰릴까. 첫째 이유는 학교의 역사와 브랜드다. 뜨리암 우돔은 여전히 태국 사회에서 “대학 진학을 가장 잘 준비시키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학교 진학지도 통계가 공개됐을 때, 한 해 졸업생 가운데 의학 계열 진학자가 484명, 쭐라롱껀대 진학자가 716명으로 집계돼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학교에 붙는 것 자체가 곧 상위권 대학, 특히 의대·공학·법정 계열로 이어지는 유리한 출발선이라는 인식이 태국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이 학교가 사실상 ‘전국 단위 경쟁장’이라는 점이다. 뜨리암 우돔은 방콕 학생들만의 학교가 아니다. 2026학년도에도 지방쿼터가 별도로 운영됐고, 과학-수학 트랙 지방쿼터는 같은 도(จังหวัด) 재학생을 대상으로 5학기 성적에서 수학·과학 과목 평균 3.90 이상, 전체 평균 3.80 이상 같은 높은 기준을 요구했다. 다시 말해 각 지방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우리 지역 1등” 자격으로 이 학교에 도전하는 구조다. 그래서 뜨리암 우돔 시험장은 한 도시의 입시장이 아니라, 태국 전역의 우수 학생이 한곳에 집결하는 상징적 무대가 된다.
셋째는 더 구조적인 이유다. 태국 교육은 지역, 학교 규모, 가정 배경에 따른 격차가 여전히 크다. 유니세프 태국은 도시와 농촌, 대형 중심학교와 소규모 원격학교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며, 태국에서는 “어디서 태어났는가”가 교육 기회에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OECD의 PISA 2022에서도 태국 학생 가운데 수학 최소 성취수준(Level 2) 이상 도달 비율은 32%, 읽기 35%, 과학 47%에 그쳤고, 수학·과학 상위 수행자(Level 5~6)는 각각 1% 수준이었다. 결국 전국적으로 ‘검증된 상위권 학습 환경’이 희소하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는 몇몇 간판 학교로 수요를 집중시키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넷째는 태국의 강한 사교육·시험 문화다. 태국 고교생의 튜토리얼 스쿨(학원) 이용을 다룬 연구들은 학생들이 사교육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GPA와 표준화시험 성적 향상, 그리고 학교보다 더 개인화된 수업을 꼽는다. 동시에 다른 연구는 이런 ‘그림자 교육(shadow education)’이 부유층과 저소득층,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뜨리암 우돔 시험에 몰린 1만 명이 넘는 학생들 뒤에는, 단지 명문고 선호만이 아니라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시험 불안과 사교육 의존 구조가 함께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험은 태국에서 ‘인생을 가르는’ 결정적 시험일까. 제도적으로 보면 그렇지는 않다. 태국 교육체계는 12년 무상기초교육이지만 의무교육은 9년이며, 대학 입시는 고등학교 마지막 단계인 M.6(마타욤6 : 한국의 고3) 말에 별도로 치른다. 실제로 태국 기초교육위원회(OBEC)도 이번 시험 현장에서 “아이들 모두를 위한 학습 자리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즉, 뜨리암 우돔 불합격이 곧 교육 탈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체감은 전혀 다르다. 태국에서 M.4(마타욤4 : 한국의 고1) 진입은 단순한 진급이 아니라 일반계 상급중등 교육과 직업계, 그리고 그 안에서도 어느 학교·어느 트랙으로 들어가느냐가 갈리는 분기점이다. 다시 말해 이 시험은 법적 의미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아니지만, 상위권 가정과 학생들에겐 대학 진학 궤적을 앞당겨 가르는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진다. 태국 교육 당국이 말하는 것은 “학교 자리는 있다”는 것이고,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것은 “믿을 만한 상위권 자리는 적다”는 것이다. 올해 뜨리암 우돔 시험장의 인파는 바로 그 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국 뜨리암 우돔에 1만 3,895명이 몰린 현상은 한 명문고의 인기를 넘어선다. 그것은 태국 사회가 여전히 교육을 가장 강력한 신분 상승 통로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지역 격차와 학교 격차, 사교육 의존, 상위권 진학 불안이 한 시험장으로 압축돼 나타난 장면이다. 시험장은 논타부리였지만, 그 열기는 태국 교육 전체의 체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