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얇아도 속은 든든하게 한국과 태국, 서민의 소울푸드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9/21 12:19

지갑은 얇아도 속은 든든하게 한국과 태국, 서민의 소울푸드

월급날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지갑은 벌써 홀쭉해졌다. 그럴 때 우리는 무엇으로 배를 채울까. 최근 태국 SNS에서 '돈 없을 때 먹는 음식'이 화제인데, 쌀죽과 달걀프라이, 인스턴트 라면 같은 태국식 가성비 메뉴들이 한국의 서민 음식과 신기할 만큼 닮아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날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건 역시 라면이다. 태국 국민 라면 '마마'에 달걀 하나 톡 깨 넣으면 그날의 단백질은 해결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아서, 매콤한 라면 국물에 찬밥 한 덩이 말면 그만이다. 달걀만으로 한 끼가 되기도 한다. 기름을 두르고 짭짤하게 부쳐낸 태국식 오믈렛 '카이찌여우'가 밥반찬이라면, 한국에는 뜨거운 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쓱쓱 비빈 간장계란밥이 있다. 냉장고가 비어 있어도 이 두 가지만 있으면 걱정이 없다.

태국에는 한국에 없는 독특한 조합도 있다. 찹쌀밥에 바나나를 곁들인 '카오니여오 끄루어이'다. 열대 기후 특유의 이 조합은 쫀득한 찹쌀과 달콤한 바나나로 포만감과 에너지를 동시에 채우는 생존형 간식이다. 한국식으로 굳이 견주자면, 삶은 고구마에 신김치를 얹어 먹던 겨울철 간식 정도랄까.

거리로 나가면 서민의 삶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방콕 딸랏플루 골목이나 지상철역 아래에는 숯불에 굽는 무삥 냄새가 진동한다. 돼지고기 꼬치에 찹쌀밥 한 덩이면 몇 십 바트로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한국의 출근길을 책임지던 냄새는 길거리 토스트였다. 두툼한 양배추 달걀 부침에 설탕과 케첩을 듬뿍 뿌린 그 토스트, 그리고 하굣길 쌈짓돈으로 사 먹던 컵 떡볶이와 무한리필 어묵 국물은 그 시절 몸도 마음도 덥혀주던 메뉴였다.

특별한 날, 주머니는 가벼워도 기분은 내고 싶을 때 한국인 곁에는 짜장면이 있었다. 이사하는 날이나 졸업식 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검은 면발에는 서민의 애환과 기쁨이 함께 담겼다. 태국인이 속이 헛헛할 때 찾는 쌀죽 ‘쪽’이나 '카오똠'도 비슷한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