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과 K-술로 문 연 새 공간
주태국 한국문화원, 텅러 시대 시작
아속 시대 마무리하고 새 거점으로 이전 ‘코리안 사운드’ 공연과 전통주 시음회로 사전 재개원 알려
주태국 한국문화원이 방콕 텅러(Thong Lo)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용민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를 비롯해 태국 문화부, 태국창조경제진흥원(CEA), 방콕시청 관계자와 주태국 튀르키예·인도·프랑스 문화기관 관계자, 반딧파타나신학교와 쭐라롱꼰대학교 관계자 등 양국 문화·교육·언론계 인사 160여 명이 참석했다. 공연과 함께 한국 전통주를 소개하는 ‘K-술 전통주 테이스팅’ 행사도 마련됐다. 국악 공연과 전통주, 한국 음식이 한 공간에서 연결되면서 새 문화원이 앞으로 담당할 문화교류 거점의 역할을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 하루였다.


2013년 문 연 태국 한류의 거점
주태국 한국문화원은 2013년 7월 방콕 수쿰빗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네 번째, 세계에서는 스물다섯 번째로 설립된 한국문화원이었다. 문화원은 지난 13년 동안 한국어 교육과 공연, 전시, 영화, 한식, 태권도, 전통공예 등 여러 분야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한국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지방 도시와 교육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문화원’ 사업도 이어왔다.
이번 이전은 단순한 주소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텅러는 태국 젊은 층과 외국인 거주자가 많이 찾는 방콕의 대표적인 문화·생활 중심지다. 문화원은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전시와 공연뿐 아니라 한·태 청년 예술인 간 공동 작업과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청년 국악인 12명이 만든 첫 무대
새 문화원의 첫 공연으로 선정된 ‘코리안 사운드’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교육단원 11명과 국립창극단 청년교육단원 1명 등 모두 12명의 젊은 예술인이 참여했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후원하는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공연단은 8월 15일 필리핀 마닐라 BGC 아트센터 공연을 마친 뒤 방콕으로 이동해 두 번째 순회 무대를 선보였다.
가야금과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대아쟁 등 서로 다른 음색을 지닌 전통악기가 소규모 국악관현악 편성으로 무대에 올랐다. 궁중과 풍류 음악의 흐름을 보여주는 ‘양청도드리’를 비롯해 ‘수류화개’, ‘시간의 색’ 등 전통과 현대 창작국악을 아우르는 곡들이 연주됐다.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좌우나졸’ 대목에서는 국립창극단 청년교육단원의 소리와 기악 연주가 결합됐다. 전통음악을 처음 접하는 태국 관객도 소리와 장단, 극적 표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된 무대였다.
공연의 마지막은 한국과 태국의 음악을 연결한 ‘투게더 아리랑’이 장식했다. 태국 민요 ‘라오 두앙 드안(Lao Duang Duen)’과 한국의 ‘아리랑’을 국악기로 편곡하고 소리를 더했다. 서로 다른 두 나라의 선율이 국악기의 음색 안에서 이어지면서 이날 공연의 문화교류 취지를 압축해 보여줬다.



막걸리부터 전통 소주까지…관심 모은 K-술
공연과 함께 열린 ‘K-술 전통주 테이스팅’ 행사도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관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태국지사가 공동 주관한 시음회에서는 막걸리와 약주, 청주, 과일 와인 형태의 과실주, 전통 방식의 소주 등 다양한 한국 술이 소개됐다.
태국에서 한국 술은 아직 소주와 막걸리 중심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행사는 한국 전통주가 원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탁주인 막걸리부터 맑게 거른 약주와 청주, 과실을 이용한 술, 증류 방식으로 만든 전통 소주까지 한자리에서 선보이면서 참석자들은 술의 향과 맛, 음식과의 조합을 차례로 경험했다.
문화원이 준비한 한국식 핑거푸드도 함께 제공됐다. 한입 크기로 구성한 음식은 전통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공연을 마친 참석자들이 시음대 주변에 모여 술과 음식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일부 주류는 시음 요청이 몰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통주 시음회를 공연 부대행사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배치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음악을 듣고 음식을 맛보는 과정을 통해 한국문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소개했다는 평가다.



4분기 정식 재개원 준비
문화원은 정식 재개원에 앞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1층 전통문화실에서는 한국의 치장 문화를 전통 장신구와 공예품을 통해 살펴보는 ‘치장, 삶의 의미를 장식하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영화 상영회와 한국어·한식 강좌, 기관 및 학생 단체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선주 주태국 한국문화원장은 젊은 국악인들이 전통음악을 오늘의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발전시키려는 방향이 새 문화원이 지향하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 문화원을 양국 미래세대가 문화로 소통하고 공동 창작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8월 19일 행사는 새 문화원의 전체 모습이 공개되는 정식 재개원은 아니었다. 그러나 국악 공연과 전통주, 한국 음식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면서 텅러 시대의 운영 방향을 미리 보여줬다. 방콕에서 이처럼 공연과 음식, 전통문화가 함께 구성된 한국문화 행사가 열린 것은 모처럼의 일이다. 수쿰빗에서 13년 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텅러에 자리 잡은 문화원이 이제 어떤 방식으로 태국 사회와 만날지 주목된다.
글 | 김종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