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배가 고프면 태국에서는 세븐일레븐(7-11)으로 간다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10/06 11:56

 

밤늦게 배가 고프면 태국에서는 세븐일레븐(7-11)으로 간다

토스티 한 봉지부터 내일 아침거리까지, 골목의 작은 생활 창고

생수 한 병 사러 들어갔다가 뜨거운 샌드위치까지 들고 나오는 곳. 태국의 세븐일레븐은 그런 곳이다.

문이 열리면 찬 공기가 먼저 얼굴에 닿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계산대로 가는 짧은 길에 과자와 빵이 눈에 들어온다. 앞사람의 샌드위치가 구워지는 동안, 아까까지는 없던 허기마저 생긴다. 결국 한 봉지를 더 집는다.

태국에 사는 교민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늦게 일을 마쳐 식사 때를 놓쳤을 때, 집에 우유가 떨어졌을 때, 뜨거운 거리를 걷다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을 때. 거창하게 목적지를 정할 필요도 없다. 골목 어귀의 익숙한 간판을 찾으면 된다.

공과금을 내고 생활용품을 사는 일까지 이 작은 매장에서 해결한다. 여행자에게는 신기한 간식을 발견하는 장소지만, 주민들에게는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챙기는 가게다. 태국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유명 식당만 찾아다닐 일은 아니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도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다시 집게 되는 열 가지
세븐일레븐에는 신제품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래도 손이 가는 품목은 따로 있다. 판매 순위를 매기기보다, 태국 편의점의 맛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열 가지를 골랐다. 세부 맛과 재고는 매장마다 다르니, 목록을 정답처럼 따라갈 필요는 없다.

1. 기다리는 몇 분까지 맛있는 핫 샌드위치
태국 세븐일레븐 이야기에서 토스티를 빼기는 어렵다. 냉장 진열대에서 골라 계산대에 건네면 직원이 프레스에 넣어 구워준다. 납작하게 눌린 빵의 가장자리는 바삭해지고, 안쪽 치즈는 녹는다. 봉지를 받아 곧장 베어 물었다가는 뜨거운 속에 놀랄 수 있다.

햄과 치즈는 무난한 출발이다. 조금 다른 맛이 궁금하면 돼지고기를 가늘게 찢어 말린 ‘무용’이 들어간 것을 골라도 좋다. 짭짤한 고기와 달콤한 소스의 조합에서 태국 빵 특유의 취향이 드러난다. 크루아상 샌드위치처럼 결이 부서지는 종류도 있어, 같은 샌드위치라도 식감이 꽤 다르다.

2. 작고 달콤한 한 병, 베타겐
베타겐(Betagen)은 냉장고에서 쉽게 눈에 띄는 야쿠르트 발효유다. 새콤한 맛 뒤로 단맛이 따라와, 한국의 작은 유산균 음료를 떠올리면 대체로 감이 온다.

오리지널을 먼저 마셔보고 과일 맛으로 넓혀가도 좋다. 식사 뒤 입가심으로 즐길 수 있지만 소화제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달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당류 표시를 확인하고 고르면 된다.

3. 빵으로 먹을까, 찰밥으로 먹을까
즉석 버거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엔 시간이 없고, 과자로 넘기기엔 배가 고플 때 눈에 들어온다. 돼지고기나 치킨 패티에 치즈와 소스를 더한 제품을 데우면 간단한 한 끼가 된다. 갓 구운 수제버거와는 다른, 부드럽고 소스 맛이 또렷한 편의점 버거의 매력이다.

태국다운 선택은 찰밥을 빵처럼 사용한 라이스 버거다. 고기와 찰밥을 함께 먹는 익숙한 식사 방식이 손에 들기 좋은 모양으로 바뀌었다. 여행자에게는 재미있는 발견이고, 찰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제법 실용적인 선택이다.

4. 익숙한 세 이름, 싱하·창·리오
싱하(Singha), 창(Chang), 리오(Leo). 태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저마다 익숙한 이름 하나쯤 생기는 맥주들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니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정해둘 필요는 없다.

다만 예전 주류 판매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면 고쳐둘 부분이 있다. 태국 관광청의 2026년 5월 29일 안내에 따르면 일반적인 주류 판매 허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다. 종전의 오후 2~5시 제한은 이제 없어졌다. 다만, 선거와 특정 종교일 등에 따른 별도 판매 제한은 확인해야 한다.

5. 작은 봉지를 얕보면 곤란한 벤토
벤토(Bento)는 달고 매운 양념을 입힌 쫄깃한 해산물 스낵이다. 흔히 오징어 과자로 부르지만, 오징어와 어육을 함께 사용한 제품도 있다. 처음에는 단맛이 느껴지다가 씹을수록 매운 기운이 따라온다.

봉지 색만 외워 고르기보다는 맛 이름을 보는 편이 낫다. 제품군에 따라 포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콤하고 매운 맛부터 랍(Larb) 풍미를 살린 종류까지, 작은 봉지 안에서도 태국식 양념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6. 밥상에서 과자 봉지로 옮겨간 김
한국인에게 김은 익숙하지만 타오케너이(Tao Kae Noi)를 처음 먹으면 용도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밥을 싸 먹기보다는 봉지를 열어 그대로 집어 먹는 쪽에 가깝다.

얇고 바삭한 형태, 돌돌 만 롤, 튀김옷을 입힌 종류까지 식감도 다양하다. 김 자체의 향을 좋아한다면 기본 맛부터, 자극적인 간식을 찾는다면 매운맛부터 시작하면 된다. 가볍게 집어 먹다 보면 봉지가 생각보다 빨리 빈다. 놀라운 사실은 태국 김과자 덕에 한국 김 수출 1위 국가가 태국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뉴스도 있다.

7. 저녁을 놓친 날의 도시락
냉장 간편식 코너에는 태국의 익숙한 한 끼가 작은 용기에 담겨 있다. 팟끄라파오 덮밥, 볶음밥, 마늘 향을 더한 고기 요리 등이다. 포장 속 밥과 반찬을 데우는 몇 분이면 끼니가 마련된다.

그중 다진 돼지고기를 홀리바질과 볶은 팟끄라파오무쌉은 태국식 간편식을 이해하기 좋은 메뉴다. 갓 볶아 접시에 담아주는 식당 음식과 식감까지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늦은 시간, 메뉴를 고민할 기운조차 없을 때 따뜻한 밥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작은 일이 아니다.

8. 한국 라면과는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마마
마마(MAMA)는 태국 라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한국 라면의 매운맛에 익숙한 입에도 똠얌 계열의 새콤한 국물은 다른 인상을 남긴다. 향신료 향과 산미가 먼저 다가오고 매운맛이 뒤를 잇는다.

진한 맛을 원하면 크리미 똠얌 계열을, 좀 더 담백한 쪽을 찾으면 돼지고기 맛을 살펴보자. 컵 제품인지 봉지 제품인지도 확인할 것. 매장에서 바로 먹을 생각이라면 온수기와 취식 공간이 있는지 먼저 보는 편이 좋다.

9. 굽지 않아도 좋은 부드러운 샌드위치
토스티가 뜨거운 야식이라면, 부드러운 식빵 샌드위치는 바쁜 아침에 어울린다. 참치마요나 햄치즈처럼 익숙한 속재료도 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초록색 판단 커스터드다. 판단 잎 특유의 향에 달콤한 크림이 더해져, 식사보다는 간식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한 팩에서 두 가지 속재료를 맛볼 수 있는 제품도 고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기다리지 않고 챙겨갈 수 있다는 점이 편하다. 가열 여부와 보관 방법은 포장 안내를 따르면 된다.

10. 여행 가방에 넣기 좋은 열대과일
말린 망고와 동결건조 두리안은 생과일을 그대로 가져가기 어려울 때 떠올릴 만한 간식이다. 말린 망고는 쫀득하게 씹는 맛이 있고, 동결건조 과일은 수분이 빠져 바삭한 식감이 난다.

두리안은 가공했다고 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먹는 사람에게 선물한다면 작은 포장부터 고르는 것이 낫다. 망고도 제품에 따라 설탕을 더한 정도와 식감이 다르다. 포장 그림만 보기보다 원재료와 당류 표시를 한 번 읽어보면 선택이 쉬워진다.

과자 코너에서는 아는 상표도 다시 보자
레이(Lay’s)는 익숙한 감자칩이지만 태국 매대에서는 낯선 맛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미앙캄처럼 현지 음식에서 착안한 맛을 발견하면 봉지를 뒤집어 설명을 읽게 된다. 늘 먹던 감자칩으로 태국의 양념을 맛보는 셈이다. 다만 특정 맛이 모든 매장에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길쭉한 어포 스낵 타로(Taro)도 빼놓기 아쉽다. 바삭한 과자와 달리 조금씩 뜯어 씹는 맛이 있다. 입이 심심할 때 천천히 먹기 좋지만, 가볍다고 영양 성분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양념 제품은 나트륨 표시도 살펴볼 만하다.

술 마신 다음 날, 음료에 너무 큰 기대는 말 것
음료 냉장고에는 M-150과 카라바오 같은 에너지 음료, C-vitt 같은 비타민 음료, 코코넛 워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손이 갈 수는 있어도, 이들을 ‘숙취 해소에 즉효가 있는 음료’로 소개하는 것은 무리다.

카페인으로 잠깐 정신이 드는 느낌과 숙취에서 회복되는 것은 다르다. 비타민이나 전해질을 더 섭취한다고 숙취가 빨리 사라지는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 갈증을 달래기 위해 물이나 음료를 마실 수는 있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태국의 세븐일레븐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꼭 특별한 제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저녁을 놓쳤는데 아직 따뜻한 밥을 살 수 있다는 것. 낯선 동네에서도 어디쯤 가면 물 한 병을 구할 수 있을지 짐작된다는 것. 오래 살다 보면 그런 편리함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다 늦은 밤, 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슬리퍼를 끌고 나선다. 모퉁이 너머 익숙한 간판이 켜져 있다. 오늘도 저기서 뭔가 하나는 구할 수 있겠다 싶다.

글 | 김종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