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떡 해 먹을 세상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3/24 10:22

떡 해 먹을 세상

굿에는 떡이 중요하고, 굿이 끝나면 떡을 나눠주고 먹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떡은 제사와 굿이라는 행사에 중요한 음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었고, 아무 때나 먹는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떡은 굿 등에 제물을 바칠 때 가장 기본적인 제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굿이 끝난 후에는 ‘계면떡’을 나누어 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시루떡’도 가정 신앙에서 성주, 조왕신, 삼신 등에게 바치는 떡이기도 합니다. 떡을 찌는 도구인 ‘시루’는 청동기 시대의 나진 패총에서도 발견이 되었다는 것으로 봐서 떡과 제사의 역사는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루로 보이는 그림이 고구려의 안악 3호 고분벽화에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떡의 의례에 관한 기능은 현시대에도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만 개업을 하면 떡을 돌리고, 이사를 하면 떡을 이웃집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떡은 밝은 미래를 상징하고, 화목한 사이를 상징합니다. 떡은 의례적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따뜻하게 하는 음식입니다. 잔칫집에는 떡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이 모여서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주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에게 떡을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옛이야기에 나오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말은 이런 사정을 보여줍니다.

‘떡 해 먹을 집안’이라는 말은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여 굿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굿을 하면 떡을 먹게 되니 떡 해 먹을 집안이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집안이 엉망이라는 뜻입니다. 집안이 화목하지 않다든지, 굿이라도 해야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떡을 등장시킨 것이 재미있습니다. 자칫 떡에만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떡을 해 먹는 게 좋은 일이라고 오해할 만한 속담입니다.

한편 ‘떡 해 먹을 세상’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말도 마찬가지로 화목하지 않은 세상을 나무라는 말입니다. 역시 그래서 굿이라도 해야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굿은 아무래도 큰 굿이겠네요. 나라가 엉망이고, 세상이 엉망이니 작은 굿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굿이 끝난 후에는 전 국민이 나누어 먹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떡은 나누어 먹어야 효험이 더 있습니다. 아이의 생일에도 떡을 해서 돌리는 것은 그래야 아이가 건강해진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떡을 해 먹는 민족은 많지만, 우리만큼 떡을 좋아하는 민족은 드뭅니다. 그리고 우리의 떡은 혼자 먹는 떡이 아니고 나누어 먹는 떡입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먹고, 기원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먹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일이 있을 때 떡을 더 많이 해 먹기 바라고, 가능하면 기원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우리 집안이 떡 해 먹을 집안이 아니기 바라고, 이 나라가 떡 해 먹을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떡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니 갑자기 출출해져서 떡이 먹고 싶네요.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