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명물 '물왕도마뱀',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태국 국립공원국, 보호종에서 경제동물로 전환! 개인 사육 및 판매 허용 방침
방콕의 룸피니 공원을 산책하거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다 보면 어김없이 마주치던 거대한 도마뱀, '히야(เหี้ย : 태국에서는 심한 욕설과 같은 발음이라 통상적으로는 ‘뚜어 응언 뚜어 텅’으로 부름-편집자주)라고 불리는 물왕도마뱀을 기억하는가? 때로는 징그럽고 무서운 존재로, 때로는 태국의 자연을 상징하는 명물로 여겨졌던 이들이 이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품게 되었다.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DNP)은 2025년 첫 회의에서 물왕도마뱀을 보호 야생동물 목록에서 해제하고, 본격적인 '경제동물'로 육성하는 방안을 긴급 상정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보존과 국민의 경제적 기회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태국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이번 제안이 시행되면, 이제 개인도 합법적으로 물왕도마뱀을 사육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공원에 있는 도마뱀을 아무나 잡아다 키울 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 사육 및 판매 허가 : 반드시 정부로부터 사육 및 번식에 대한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판매 자격을 갖는다.
* 합법적 출처 : 판매되는 모든 도마뱀은 허가된 사육장에서 태어난 개체여야 한다.
* 마이크로칩 의무화 : 불법 포획 및 밀매를 막기 위해, 사육되는 모든 물왕도마뱀(부모 및 새끼 포함)은 고유번호가 내장된 마이크로칩을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한다.
즉, 야생 물왕도마뱀은 여전히 '2019년 야생동물 보존 및 보호법'에 따라 엄격하게 보호된다. 야생 개체를 사냥하거나 사체를 소유하는 행위는 최고 10년의 징역 또는 100만 바트(약 3,8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애완용으로 키우고 싶을 경우에도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왕도마뱀의 무한한 경제적 가치
그렇다면 태국 정부는 왜 물왕도마뱀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일까?
❶ 고기 :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식용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고단백 식품으로의 가능성을 가진다.
❷ 가죽 : 악어가죽과 유사하게 가공하여 가방, 벨트 등 고급 피혁 제품으로 만들 수 있어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❸ 혈액 : 전통 의학에서 약재로 사용되거나, 혈청 연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나도 한번 키워볼까? 사육 희망자를 위한 안내
국립공원국은 이미 초기 사육을 희망하는 민간인들을 위해 분양가를 책정했다.
*분양 가격 : 암수 한 쌍에 500바트. 이는 물왕도마뱀(400바트)의 분양가에 마이크로칩 비용(100바트)을 더한 합리적인 가격임.
*분양처 : 현재 랏차부리 도에 위치한 '카오산 야생동물 사육장'에서 사육용 개체를 구할 수 있다.
* 초기 관심 : 이미 민간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사육장을 시작하기 위해 약 30~40쌍의 구매 의사를 밝히는 등 초기 관심이 뜨겁다.
이번 정책은 태국의 자연과 경제가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과감한 시도다. 공원을 어슬렁거리던 거대한 도마뱀이 앞으로는 시암 파라곤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으로, 또는 새로운 건강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 제공 :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