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의 그림자’ 또다시... 조카 욧차난, 총리직 도전장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5/12/22 11:26

‘탁신의 그림자’ 또다시... 조카 욧차난, 총리직 도전장

“탁신 가문의 영향력은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 태국 정치권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한숨 섞인 질문이다.

프아타이당(Pheu Thai)이 차기 총리 후보로 또다시 ‘탁신의 핏줄’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인공은 욧차난 웡사왓(Yodchanan Wongsawat). 탁신의 여동생 야오와파의 아들이자, 쏨차이 전 총리의 아들이니 말 그대로 탁신의 조카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온다” 

욧차난은 출사표를 던지며 태국이 경제, 지정학, 기술적 충격이 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AI와 과학 기술’이다.
* 목표 : AI와 과학을 중심으로 태국을 고소득 국가로 만들겠다.
* 전략 : 농업, 제조업에 첨단 기술 접목 & 디지털 정부를 통한 부패 척결.
* 3대 축 : 포괄적 안보, 법치 회복, 현대적 인프라 구축.

그는 “나의 배경은 평범한 공무원 가정과 비슷하다”며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정작 대중이 보는 건 그의 성(Family Name)이다.

혁신적인 ‘AI 국가’를 외치고 있지만, 후보 선출 방식은 구시대적인 ‘가문 정치’의 답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프아타이만이 태국을 구할 수 있다”는 그의 외침이, 과연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들릴지 아니면 지겨운 ‘탁신 왕조의 연장’으로 들릴지 지켜볼 일이다.

각 정당 후보군

프아타이당이 탁신의 조카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이쯤에서 2025년 태국 정권을 노리는 각 당의 ‘간판 선수(PM Candidate)’들을 정리해본다.

단순한 인물 대결이 아니다. 세습 정치, 개혁, 그리고 타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의 전쟁이다.

 

1. 프아타이당 (Pheu Thai)
욧차난 웡사왓 (Yodchanan Wongsawat)

슬로건 : “AI와 과학으로 경제 대도약”
포지션 : [로열 패밀리의 귀환]
분석 : 탁신의 조카이자 솜차이 전 총리의 아들. ‘경제는 프아타이’라는 향수와 ‘AI/하이테크’라는 미래 비전을 섞었다. 하지만 본질은 ‘탁신 가문의 수성(守城)’이다. 보수 기득권과 손잡은 프아타이의 안전한 선택지지만, “또 탁신이냐”는 유권자의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

 

2. 국민당 (People’s Party / 구 전진당 후신)
나타퐁 르엉빤야웃 (Natthaphong Ruengpanyawut)

슬로건 :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변화”
포지션 : [꺾이지 않는 개혁가]
분석 : 피타 림짜른랏의 바통을 이어받은 국민당(Prachachon)의 리더. 욧차난과 마찬가지로 IT/테크에 능통하지만 방향이 다르다. 군부 개혁, 독점 타파 등 ‘시스템의 변화’를 외친다. 지난 총선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빼앗겼던 젊은 층의 분노가 그를 다시 밀어올릴 수 있을지가 포인트.

 

3. 품짜이타이당 (Bhumjaithai)
아누틴 찬위라꾼 (Anutin Charnvirakul)

슬로건 : “갈등 없는 태국, 실리 추구”
포지션 : [최강의 킹메이커 & 어부지리]
분석 : 현 연립정부의 핵심축. 어느 쪽과도 손잡을 수 있는 유연함(혹은 기회주의)이 무기다. 프아타이와 국민당이 서로 과반을 못 채우고 싸울 때, ‘중재자’를 자처하며 총리직을 낚아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 보수층에게는 탁신보다 안전하고, 개혁 세력에게는 덜 위협적인 대안으로 포장 중이다.

 

4. 루엄타이쌍찻당 (UTN)
피라판 살리랏타위팍 (Pirapan Salirathavibhaga)

슬로건 : “국가 안보와 왕실 수호”
포지션 : [강성 보수의 아이콘]
분석 : 쁘라윳 전 총리의 유지를 잇는 보수의 적통.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노년층과 군부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지지율은 예전만 못하지만, 선거 후 연정 구성 시 보수 연합의 캐스팅보트를 쥘 힘은 여전하다.

결전의 날은 ‘2026년 2월 8일’ 태국, 선거 모드 돌입

“그래서, 그들은 언제 투표소로 가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확정됐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ECT)가 어제(15일) 공식 발표를 내놨다.

지난 12일(금) 아누틴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면서 시계가 빨라졌고, 이제 남은 건 약 50일간의 진검승부뿐이다.

■ 핵심 일정 캘린더
선거일 (D-Day): 2026년 2월 8일 (일요일)
이날이 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전의 날’이다.

사전 투표일: 2월 1일 (일)
본 투표일에 참여하기 어려운 유권자를 위한 날이다.

후보자 등록: 2025년 12월 27일~ 31일
각 당의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등판하는 기간이다. 이번 연말은 선거 유세로 시끌벅적할 예정이다.

■ 관전 포인트: 억지로 최대한 임기를 끌고간다면, 최대 2027년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아누틴 총리가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본인과 연정 파트너들에게 가장 유리한 타이밍을 계산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제 각 정당은 연말연시 휴가도 반납하고 총력전에 들어간다. 방콕 거리는 곧 선거 벽보와 유세 차량으로 뒤덮일 것이다. 여행자들에게는 조금 소란스러울 수 있겠으나, 태국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뜨거운 현장을 목격할 기회이기도 하다.

[Election Schedule] 
- 총선 날짜: 2026.02.08 (일)
- 후보 등록: 2025.12.27 - 12.31
- 사유: 의회 해산 (2025.12.12)에 따른 조기 총선

이번 선거판은 ‘탁신의 그림자(욧차난)’와 ‘개혁의 불씨(나타퐁)’, 그리고 그 사이에서 웃고 있는 ‘현제 주요 인물(아누틴)’의 삼파전이다.

욧차난이 내세운 ‘AI 경제’는 매력적인 포장이지만, 결국 태국 국민이 “과거의 이름값(탁신 가문)”을 선택할지, 아니면 지난번 좌절됐던 “새로운 시대(국민당)”를 다시 한번 밀어줄지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흥미로운 건, 누가 이기든 태국 정치는 또다시 시끄러울 예정이라는 점이다.